캘리그라피 도구 여행 — 붓, 먹, 한지 이야기
오늘은 내가 사랑하는 글씨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붓, 먹, 한지—이 세 가지는 단순한 재료를 넘어, 글씨에 감정을 담게 해주는 진짜 동반자들이다. 1. 붓끝에서 시작된 이야기붓은 나에게 가장 처음이자, 가장 오래된 도구다. 손에 쥐는 순간, 긴장되면서도 묘한 설렘이 있다.처음 붓을 잡았을 때는 너무 어렵고 낯설었다. 강약 조절이 어렵고, 종이 위에서의 방향이 자꾸 흔들렸다.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붓이 내 감정을 이해하고 함께 움직여주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붓은 단순히 선을 긋는 도구가 아니다.한 획 안에 속도, 감정, 힘, 쉼표 같은 것을 담아낸다.그래서 같은 단어를 써도 누가 어떤 붓으로 썼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된다.나는 주로 중간 굵기의 모필을 사용한다.너무 얇으면 감정..
2025. 6. 25.
계절을 그리다 — 봄날의 꽃과 캘리그라피
봄은 눈으로 피고, 마음으로 져간다. 오늘은 봄날의 꽃과 함께했던 캘리그라피의 순간들을 꺼내본다. 1.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붓을 든다봄이 오면 자연스레 붓을 들게 된다.아직 아침 공기에는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어도, 햇살의 결이 바뀌는 순간 나는 알 수 있다.아, 봄이구나.그 계절의 기운은 글씨를 타고 온다.유채꽃이 핀 산책길, 벚꽃잎이 흩날리는 도심 골목, 개나리와 진달래가 담벼락을 채우는 마을 어귀—이 모든 것이 캘리그라피의 배경이 된다.봄의 글씨는 다르다.힘을 뺀 획, 부드러운 곡선, 따뜻한 간격.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을 담게 된다.단어를 선택할 때도 ‘소풍’, ‘햇살’, ‘설렘’, ‘꽃잎’, ‘기다림’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그 단어들을 써내려가는 동안, 나는 봄을 ‘보고’ 있는 게 아..
2025. 6.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