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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連), 조각보처럼 피어나는 날들

캘리그라피에 마음을 담다 — 감정이 흐르는 획의 미학

by 연(連)희(喜) 2025. 6. 3.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다.
오늘은 자음과 모음에 감정을 담는 방법, 그리고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자 하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한다.

1. 글씨는 마음의 형태다

한글 자음과 모음은 소리의 조합이지만, 그 형태는 마음의 흔적을 담기에 아주 적합하다.

 

획을 길게 뺄지, 점을 작게 찍을지, 기울기를 약간 줄지 말지

 

그 선택 하나하나에 따라 글씨는 완전히 다른 표정을 갖게 된다.

 

이것이 캘리그라피가 단순한 '예쁜 글씨'를 넘어서는 이유다.

예를 들어, ‘ㅁ’이라는 자음을 쓸 때, 네모를 단단하게 닫으면 차분하고 정제된 느낌이 들고,

윗면을 살짝 열면 개방감이 느껴진다.

‘ㅅ’은 뾰족하게 위로 세우면 강인함, 둥글게 휘면 부드러움이 스며든다.

모음 ‘ㅏ’는 수직선에 곧게 서 있는 기운이 있고, ‘ㅜ’는 밑으로 향해 내려앉는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나는 글씨를 쓸 때, 오늘의 감정을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는 글자를 고르는 데 시간을 들인다.

하루 중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이나 말 한마디를 떠올리며,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단어를 적어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글씨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담는 도구가 된다.

2. 감정을 담은 키워드와 짧은 구절들

캘리그라피 작업을 할 때 자주 사용하는 감성 키워드들이 있다.

이 단어들은 감정과 시선을 끌어내기에 좋은 재료가 된다.

다음은 내가 자주 쓰는 키워드와 함께, 그에 어울리는 짧은 구절들이다.

  • 고요 : “고요 속에 마음이 반짝인다.”
  • 그리움 : “그리움은 시간이 만든 편지다.”
  • 온기 : “당신의 말 한마디에 온기가 퍼졌다.”
  • : “잠시 멈춤도, 나에게는 쉼이다.”
  • 바람 : “지나가는 바람처럼, 기억도 스쳐간다.”

이러한 단어들을 중심으로 감정을 정리하고, 글씨로 표현하면 마음이 정돈된다.

이 감정들은 사진과 함께 엮으면 더욱 힘을 가진다.

예를 들어 '바람'이라는 단어는 바닷가의 풍경과 함께, '고요'는 흐린 하늘 아래 호수의 사진과 함께 어우러질 때,

단어 그 자체 이상으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2. 내가 가장 사랑하는 글자, ‘복’

수많은 단어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자는 ‘복’이다. 단 하나의 글자이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기원과 따뜻한 마음, 나눔의 정서가 녹아 있다.
‘복’은 단순히 행운이라는 뜻을 넘어,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는 말이자, 존재 자체를 축복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캘리그라피로 ‘복’을 쓸 때면 마음이 자연스레 차분해진다.

‘ㅂ’의 두 획은 나란히 손을 모으듯 단정하게 시작되고, ‘ㅗ’는 살짝 위를 향해 부드럽게 열린다.

마지막 ‘ㄱ’은 안으로 감싸며 안정된 마무리를 만든다.
나는 이 글자를 쓸 때, 마치 마음속의 정성을 글씨에 실어 전하는 기분이 든다.

 

‘복’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오래 남는 온기 같은 단어다.

 

내가 만든 첫 캘리 엽서 중 하나에도 이 글자가 들어 있었다.
“당신에게 머무는 복이, 조용히 마음을 감싸기를.”
그 엽서를 받은 분이 “그날따라 이 말이 왜 그리 따뜻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해줬을 때,

나는 캘리그라피의 힘을 다시금 깨달았다.
글씨 하나가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하고, 누군가의 하루를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그래서 나는 ‘복’이라는 글자를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조심스럽게 쓴다.


마무리하며

글씨는 마음의 또 다른 언어다. 감정을 담은 획 하나가 그날의 나를 기록하고, 내일의 누군가를 위로한다. 자음과 모음에 마음을 실으면, 그 글자는 단순한 문자가 아닌 나만의 이야기로 태어난다.


📌 추신: 감정을 담아 글씨를 쓰고 싶다면

  • ‘오늘의 기분’을 단어로 표현해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 단어를 정했다면 그 느낌에 맞는 획의 속도와 힘을 조절해보자.
  • 한 단어를 여러 감정으로 표현해보는 연습도 추천한다. 예: ‘사랑’을 기쁨, 슬픔, 그리움, 애틋함으로 써보기
  •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 솔직하게 느끼는 것이다. 글씨는 결코 거짓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