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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連), 조각보처럼 피어나는 날들

계절을 그리다 — 봄날의 꽃과 캘리그라피

by 연(連)희(喜) 2025. 6. 22.
봄은 눈으로 피고, 마음으로 져간다.
오늘은 봄날의 꽃과 함께했던 캘리그라피의 순간들을 꺼내본다.

 

1. 봄이 오면 가장 먼저 붓을 든다

봄이 오면 자연스레 붓을 들게 된다.

아직 아침 공기에는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어도, 햇살의 결이 바뀌는 순간 나는 알 수 있다.

아, 봄이구나.


그 계절의 기운은 글씨를 타고 온다.

유채꽃이 핀 산책길, 벚꽃잎이 흩날리는 도심 골목, 개나리와 진달래가 담벼락을 채우는 마을 어귀—

이 모든 것이 캘리그라피의 배경이 된다.

봄의 글씨는 다르다.

힘을 뺀 획, 부드러운 곡선, 따뜻한 간격.

나도 모르게 그런 느낌을 담게 된다.

단어를 선택할 때도 ‘소풍’, ‘햇살’, ‘설렘’, ‘꽃잎’, ‘기다림’ 같은 단어들이 먼저 떠오른다.
그 단어들을 써내려가는 동안, 나는 봄을 ‘보고’ 있는 게 아니라, 봄을 손끝으로 느끼고 있다.

2. 꽃을 보며 글씨를 쓰는 시간

올해 봄, 나는 경주를 다녀왔다.

첨성대 앞 유채꽃밭에서 ‘피어라, 너의 봄’이라는 문장을 썼다.

바람이 제법 불었지만 종이를 고정하고 조심스럽게 붓을 눌렀다.
그 장면은 사진보다 글씨에 더 생생하게 남았다.

꽃 사이로 걷던 아이들, 셔터 소리에 웃던 연인들, 봄바람에 흩날리는 나의 머리카락까지도.

꽃을 앞에 두고 글씨를 쓰면, 단어가 훨씬 더 깊어진다.

꽃은 짧고도 강한 감정을 주기 때문에, 글씨도 더욱 절제되고 집중하게 된다.
나는 특히 ‘봄날엔 너를 걷는다’, ‘기다림은 피어나는 감정이다’ 같은 짧은 문장을 자주 쓴다.

한 번은 동백꽃이 떨어진 길을 걷다가 멈춰 섰다.

붉은 잎들이 바닥을 덮고 있었고, 순간 그 이미지가 마음에 강하게 남았다.

그날 쓴 글씨는 “붉게 피었다 조용히 진다”였다.
그 문장을 쓸 땐, 글자 하나하나에 작은 떨림이 있었다.

누군가의 짧지만 강렬한 존재처럼, 봄꽃은 늘 무언가를 말 없이 가르쳐준다.

3. 계절은 지워지지 않는 배경이 된다

봄은 매해 오지만, 똑같은 봄은 없다.

그래서 나는 매년 봄마다 새로운 글씨를 쓴다. 작년의 나와, 올해의 내가 느낀 봄은 다르기 때문이다.
그 글씨들은 모여 내 삶의 계절 앨범이 되었다.
봄을 담은 캘리 엽서, 꽃잎을 배경으로 한 포토카드, 봄 시 구절을 재해석한 붓글씨 작품까지.
글씨는 계절을 기억하는 도구이자, 감정을 기록하는 방법이었다.

특히 봄은 ‘시작’과 ‘위로’라는 키워드를 품고 있어서 캘리그라피와 잘 어울린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을 때, 봄의 이미지와 함께 글씨를 전하면 훨씬 진심이 잘 닿는다.
그래서 나는 봄마다 응원 카드도 함께 만든다.
“당신의 봄은 언제나 피고 있어요”, “꽃처럼, 당신도 자연스레 피어날 거예요.”
이 짧은 글귀들이 누군가의 우울한 하루를 밝힐 수 있다는 믿음으로, 나는 계속 쓴다.

마무리하며

봄은 나에게 늘 붓과 종이를 꺼내게 만든다.
꽃은 피었다 지지만, 그 순간을 글씨로 담아두면, 봄은 사라지지 않는다.
손끝에 피어난 봄날의 기억들—그것이 내가 글씨를 통해 가장 소중히 간직하는 장면들이다.

 

📌 추신: 봄날의 글씨, 이렇게 남겨보세요

  • 봄꽃이 만개하는 장소(경주, 여의도, 제주 구좌읍 등)에서 직접 글씨를 써보자. 사진보다 오래 남는다.
  • 꽃말을 활용한 캘리 문구 만들기도 추천: 예) 동백꽃 – 당신을 기다립니다
  • 가볍게 시작하고 싶다면, 꽃 사진 위에 캘리 문장을 디지털로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봄 시인들의 시구절을 골라 짧게 써보면 감성 연습에 아주 좋다. (예: 윤동주의 ‘새로운 길’, 김용택의 ‘그대 곁에’ 등)